2년간의 42서울 여정을 마무리하고

Yeshin Lee
6 min readOct 30,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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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부터 지난 8월까지, 결코 짧지 않은 2년의 본과정을 졸업했습니다. 다양한 동료들을 만나면서 코로나로 인해 예기치못한 상황들을 접하고, 커리큘럼이 바뀌는 등 다양한 일들이 있었는데요. 그동안의 기억을 조금씩 꺼내보며 무엇을 얻고 느꼈는지 돌아보았습니다.

지원의 문을 두드리다

개발의 ㄱ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을 때인 19년, 지인의 권유로 42서울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기주도', ‘동료학습' 이 두 단어에 홀려 포항의 한 스타벅스에서 총 2가지 테스트에 응시했습니다. 두번째 테스트의 규칙을 이해하는데 시간이 좀 걸려 더욱 떨렸습니다. 다행히 선발되었고 2기 2차에 등록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당시 5월에 시작하는 라피신 과정은 7월에 시작되었습니다.

라피신, 그리고 합격

‘안녕하세요,

엘리베이터타고 4층 또는 5층에 가서 시작하시면 됩니다.’

이 한 마디와 함께 1달간의 라피신이 시작되었습니다. 불어로 수영장을 의미하는 라피신(La piscine)은 선생님, 교재가 없어 알아서 살아 남아야합니다. 이 과정을 통과해야 본과정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첫 날, Mac을 처음 써보거니와 로그인조차 되지 않아 하루 종일 슬랙에 올라온 글만 바라보며 어설프게 과제를 시작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은 라피신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려주지만, (라떼는) 그런 정보들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여러 뜬 소문에 의지하여 진행했습니다. 더욱이 코로나로 인해 주 3일만 오프라인에서 학습할 수 있고 그 때만 과제 평가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더욱 치열하게 과제를 진행해나갔습니다. 마지막 주는 코로나 단계가 올라가면서 전면 온라인으로 시행되었고 마지막 시험은 한 달 후에 응시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시험을 기다리는 동안, 알고리즘을 풀며 기다렸지만, 시험을 마치고 결과 발표 날까지는 무엇을 했는지 기억이 없습니다. 대망의 결과 발표 날, 42서울에서 합격 메일을 받았습니다.

처음 봤을 때, ‘최종 합격’ 4글자 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체력의 한계를 포함한 다양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같은 목표를 가진 동료들과 함께 했기 때문에 끝까지 완주할 수 있었고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생각했습니다. 소중한 기회가 주어진만큼 잘 활용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본과정

본과정에는 블랙홀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42서울 내의 생명 유지 기간으로 블랙홀 일자 내로 과제를 통과하지 못하면 42서울 과정을 종료하게 됩니다. 즉, 과제와 시험을 통과함으로써 블랙홀 기간을 늘려야 합니다. 현재 총 28개의 개인 및 팀 과제가 있는데 진행하면서 어떤 역량을 길렀는지 그래프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과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활동을 통해서 지표를 산출합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만큼 다양한 공부법이 있습니다. 본과정을 빨리 끝내고 취업을 준비하거나, 과제 진행 중에 사이드 프로젝트하기, 그 중 블랙홀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발휘되는 집중력을 활용하는, 자칭 BBL(Blackhole based Learning)이 있습니다.

여러 주제의 과제를 접하면서 ‘어디까지 학습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늘 안고 있었습니다. 특히 네트워크나 Docker 관련 과제를 진행할 때 더욱 깊어졌습니다. 주변 분들과 대화해보면서 내린 결론은 해당 과제에서 주어지는 블랙홀을 고려하여 진행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과제의 의도에 초점을 맞춰 진행해나갔습니다. 과제에 대한 흥미가 떨어질 때면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환기를 시켜주었습니다.

동료 학습

42서울은 PBL(Project based Learning) 기반 학습으로 동료 학습을 강조합니다. 주변에 ‘개발’이라는 같은 목표를 가진 동료가 존재한다는 것은 학습을 지속하는데 굉장히 큰 원동력이었습니다. 스터디에 참여하여 과제에 필요한 개념을 학습하고, 주변 동료에게 질문하면서 ‘효과적으로 질문하는 방법’을 익힐 수 있었습니다.

모든 과제는 기계 채점 및 동료들의 평가 과정을 거쳐 통과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질문하려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평가자의 질문에 따라 내가 어디까지 이해했는지 판단할 수 있고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입니다. 개인적으로 42서울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코드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평가자의 동의하에 이름과 사진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디펜스(defense)를 통해 제 의도를 어필할 수 있습니다.

학생 관성

스스로 한계를 정하고 남이 지시하고 알려주기 전까지 왜 하는지, 무엇을 해야하는지 모르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했을 당시, 관련 피드백을 들었을 때 단번에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후에 돌아보니 학생으로서의 과제물이 아닌 담당 개발자의 결과물로 생각하고 진행하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어쩌면 본과정 끝까지 학생 관성을 완전히 내려놓지 못한 것 같습니다. 여기에는 처음 접하는 개념들에 어려움을 느껴 공부의 한계를 정한 것이 가장 컸습니다. 종료한 지금은 복습을 통해 당시 이해가 가지 않았던 개념들을 학습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끝으로 규정하지 마시고,

부족하더라도 마무리라는것을 확실히 맺으세요.’

동아리

  • 영상 번역 동아리 42Movir에서 한국어 자막 번역
  • 본과정 과제 번역
  • 보드게임 동아리에서 보드 게임(!)
  • 인터뷰 동아리 Humans of 42에서 포토그래퍼 활동
  • 여성 동아리 사공여삶에서 월경대 사물함 운영

이렇게 적고 보니 굉장히 다양하게 활동했네요. 자유로운 환경에서 다양한 동료들을 만날 수 있어 하루 하루가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본과정을 수료하고 나면, Leaner에서 Member로 바뀝니다.

현재의 저는 관심 분야에 집중하여 학습할 수 있는 아우터 서클에 진입했습니다. 나름 긴장감을 주었던 블랙홀도 사라졌고요. 시작 전에 비해 크게 얻은 것중 하나는 ‘무엇을 모르는지 안다’는 것입니다. 또한 그동안 흩어져있던 개념을 연결지어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적고 보니 앞으로의 제 자신이 더욱 기대됩니다.

지금까지 수고했고 앞으로 더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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