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관련 대화는 공개적인 채널에서 해보아요
지난 회고는 인생 중 1년을 돌아봤다면, 이번 회고는 개발을 하는 직업인으로서 돌아본다.
이미 해당 주제로 비공식 연말 밋업에서 두 차례 발표를 했지만,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들었던 새로운 생각이나 느낌을 추가로 적어본다.
42 서울에서의 생활을 돌아보면, 과제를 하다 막히면 구글링이나 해당 과제를 통과한 분들이 정리한 블로그, 42 서울 slack을 뒤져 보면서 진행했다.
정말 모르겠다 싶은 건 주변 사람에게 구두로 물어보거나 1:1 DM(Direct Message)으로 물어보고 해결했다.
과제나 개발 관련 질문들을 묻고 답하는 전용 소통 채널이 있음에도 활용하지 않았다.
그때부터 나는 개인 채널에서 대화하는 것을 선호했고, 그 습관은 그대로 회사에서도 이어졌다.
업무 관련 질문도 1:1 DM으로 물어봤다.
이전에 리드와 1 on 1에서 ‘개발 공개 채널에서도 물어보라’는 리드의 말에 (지금 쓰면서도 창피하다)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공개 채널에 글 올리는 게 부끄러워요.
아니 이게 무슨 말인가.
이상한 짓을 하는 것도 아니고 업무적인 질문인데 부끄럽다니.
말하자마자 후회했지만 이미 뱉은 말이다.
그 당시에는 그렇게 생각은 했지만, 그동안 길들어진 습관이 있다 보니 이후에도 개인 DM으로 질문했다.
(아, 1:1로 얘기하다 상대방이 ‘저희끼리만 얘기해봐서는 안 될 거 같다, 공개 채널에 한 번 올려 보시죠.’라는 답을 들었을 때만 올렸던 것 같다.)
그런 생활을 지속하다 어느 날, 멘토링 중에 나온 질문에 정곡을 찔렸다.
‘회사에서 업무적인 대화는 공개 채널에서 하시나요?
아니면 개인적으로 하시나요?’
별생각 없이 개인적으로 물어본다고 했는데, 공개 채널에서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해주셨고 들으면서 느꼈다.
아, 이제는 진짜 변해야겠구나.
순간 이전에 내게 그 말을 했었던 리드에게 미안했지만, 곰곰이 생각해봤다.
그동안의 나는 왜 개인 채널에서 대화해왔을까?
따지고 보면 말해놓고 창피해하던 부끄러움도 결국 사실인데 정말 그것뿐일까?
마침 모각코 연말 밋업 발표자를 모집한다 해서 이 기회에 발표도 해볼 겸 정리해봤다.
내면에 있던 모든 걸 다 꺼내 적다 보니 막힘없이 써졌고, 쓰면서 ‘이 정도라고?’ 싶었다.
내 생각, 경험, 느낌을 모으고 정리해서 12월 16일, 20일에 두 차례 발표했다.
이제는 실행 뿐이야.
1.
몇 달 전, 사내에서 프론트엔드 코딩 스탠다드가 수정되었는데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예전의 나라면 작성자에게 DM으로 물어봤겠지만, 이번엔 해당 글의 댓글로 질문했다.
스프린트 중에 팀원들과 해당 주제에 관해 얘기하다,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도 해당 채널에 질문했다.
답변이 자세한 설명이 달렸고 그 이야기를 함께 나눈 팀원들을 태그해서 같이 보았다.
답변 사이에 관련 블로그 글을 걸어주셨는데, 마침 그 글은 이미 봤음에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해서 올린 질문이었다.
그 블로그 글에 대해 추가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것과 별개로, 다른 팀원들의 이모지가 달린 것을 보면서 조금은 쑥스러웠지만, 공개 채널에 물어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답변이 달리지 않은 적도 있었지만) 공개 채널에 질문하는 행위가 익숙해지고 있었다.
2.
업무 중에는 다양한 상황들이 발생하는데 전부 해당 이슈에 댓글을 남겼다.
- 지라 이슈를 다른 분이 작업하게 되어 진행하지 않아도 되거나
- 내가 문제를 잘못 이해한 상태로 이슈를 생성해 작업을 진행하거나
- 작업을 다 하고 PR까지 올렸으나 결국엔 close 하거나
- 작업 자체는 했지만 하면서 들었던 의문 등
이전에는 리드가 먼저 물어보거나 스크럼 때, 리드에게 개인 DM으로 진행 상황을 공유했는데, 이 방법대로 하니 얘기할 필요가 없어져서 수월했다.
3.
리드가 부재중이었을 때, 다른 프로젝트 오너와 상의해서 업무 배분을 해야 할 일이 있었는데 업무 배분 결과를 공개 채널에 공유했다.
4.
개발 관련 지식이나 트러블 슈팅, 프로젝트 히스토리 등 다 같이 보면 좋겠다 싶은 것이나 잊기 쉬운 것들을 공유하는 ‘기술 낙서장' 시스템이 있다.
초반에 조금 올리다가 어느 순간 다른 업무를 핑계로 넘긴 적이 많았는데, 다시 올리기 시작했다.
이런 시도들을 하면서 소통의 중요성을 제대로 느꼈다.
크리스마스 연휴에는 친구들과 모여 Github profile README에 커밋 로그 먹는 뱀을 구현하기로 했는데 생각보다 잘 안 됐다.
build도 성공했는데 왜 이상하게 보일까.
해당 패키지 Github나 다른 블로그들을 참고해봐도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감조차 안 와서 처음으로 Stack Overflow에 질문을 올렸다.
다음 날 달린 답변을 보니, 사용하는 패키지 버전이 원인이었다.
나는 v2 패키지를 실행했는데 v3로 바꾸고 돌려보니 원하는 대로 잘 나왔다.
보여주지 않으면 절대 늘지 않는다.
최근에 본 영상 중 인상적이었던 ‘못 써서 부끄러운 글도 꼭 홍보해요’에서의 대화로 마무리한다.
이슬아: 저는 천재가 아니기 때문에 보여주지 않으면 절대 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그 창피를 당하는 것까지가 경험이기 때문에.
송영길: 결국 견딜 수 있어야 되는 것 아닐까요? 비난이건 부끄러움이건.
이슬아: (중략) 창피당하는 경험은 많이 익숙해진 것 같아요. 언제나 그 앞에 있으면 갈 길이 너무 멀다는 느낌을 받았죠.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언제나 갈 길이 멀죠.